전체 글70 가족에게 화내는 이유 (경계해제, 감정전치, 친밀감역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별 이유도 없이 가족에게 짜증을 낸 적, 한 번쯤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사회 초년생 시절, 회사에서는 웃으며 버티다가 집에 돌아오면 아무 잘못도 없는 어머니에게 심술을 부리곤 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제 성격이 나쁜 탓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게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었습니다.경계해제, 뇌가 집에서만 방어를 푸는 이유직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우리 뇌는 쉬지 않고 자기 조절 자원(Self-regulatory Resource)을 소모합니다. 여기서 자기 조절 자원이란, 감정과 행동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데 쓰이는 심리적 에너지를 말합니다. 말 한마디를 고를 때마다, 불쾌한 상황에서 표정을 관리할 때마다 이 자원이 조금씩 닳아 없어집니다.그렇게 방전된 상태로 집.. 2026. 6. 20. 행복 공식 (쾌락 적응, 신경 가소성, 현재 집중) 행복해지려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반대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행복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 4년 전 퇴사 직후, 저는 하루 종일 지난 일을 곱씹으며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시절 경험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행복의 40%는 조건이 아닌 습관에 달려 있다많은 분들이 연봉이 오르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혹은 좋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원하던 조건들이 채워져도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는 경험,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쾌락 적응(Hedonic Adap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쾌락 적응이란 인간이 어떤 변화에도 빠르게.. 2026. 6. 19. 옷이 뇌에 미치는 영향 (의복인지, 행동모드, 집중력)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옷이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급하게 출근하느라 대충 걸치고 나갔다가 하루 종일 집중이 안 되는 경험을 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옷이 단순히 겉을 꾸미는 게 아니라, 제 뇌에 직접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의복인지: 옷이 뇌에 보내는 신호혹시 같은 흰 가운을 입었는데 누군가는 집중력이 올라가고 누군가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는 실험을 들어보셨습니까? 2012년 심리학자 하조 아담(Hajo Adam)과 아담 갈린스키(Adam Galinsky)가 발표한 연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이 제안한 개념이 의복인지(clothed cognition)입니다. 의복인지란 우리가 입는 옷이 그 옷을 입은 사람의 생각, 감정, 행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2026. 6. 18. 집 정리 습관 (어포던스, 인지부하, 자기결정) 퇴근하고 돌아온 집이 어질러져 있을 때 느끼는 그 묘한 압박감, 혹시 아십니까. 쉬러 왔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건지. 저도 예전에 그랬습니다. 설거지 하나를 미루면서 시작된 게 어느새 싱크대 전체가 탑처럼 쌓여 있는 경험을 한두 번 한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집에 들어올 때마다 "홈 스위트 홈"을 외칩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어포던스, 첫 번째 물건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싱크대에 접시 하나가 놓이는 순간, 두 번째 접시는 더 쉽게 따라옵니다. 이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환경심리학에서 말하는 어포던스(affordance) 때문입니다. 어포던스란 사물이 주변 사람에게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힘을 말합니다. 생태심리학자 제임스 깁슨이 제안한 개념으로, 의자를 보면 .. 2026. 6. 17. 희망의 두 얼굴 (긍정성 과잉, 염세주의, 균형) "긍정적으로 생각해." 살면서 이 말을 들어보지 않은 분이 있을까요. 그런데 솔직히 저는 이 말이 무거울 때가 있습니다. 행복해야 한다는 압박이, 어느 순간부터 또 다른 짐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요. 희망을 품는 것이 과연 우리를 더 나아가게 하는지, 아니면 오히려 옭아매는지 한번 짚어보고 싶었습니다.긍정성 과잉이 낳은 반작용, 그리고 한국의 맥락1990년대 미국에서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라는 분야가 생겨났습니다. 긍정심리학이란 기존 심리학이 정신 질환이나 트라우마 같은 병리적 상태를 다루던 것과 달리, 행복 그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문입니다. 이 흐름은 현대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었고, 결과적으로 "행복은 의무"라는 암묵적 압력을 만들어냈습니다.그런데 저는 이 현상을.. 2026. 6. 16. 가난한 습관 (심리적 회계, 체면 소비, 모방 소비) 솔직히 말하면 저도 얼마 전까지 스스로를 꽤 알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마케터 간다 마사노리의 책을 읽다가 멈칫했습니다. "단돈 천 원이라도 돈이 모이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는 한 문장이 생각보다 깊이 박혔기 때문입니다. 돈이 새어 나가는 흐름과 모이는 흐름 사이에서, 저는 과연 어느 쪽에 서 있는 건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했습니다.심리적 회계의 오류, 푼돈이 노후를 갉아먹는다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란 인간이 돈을 균일한 가치로 보지 않고, 출처나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인지 편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마트에서 1+1 행사 상품에 3만 원을 쓸 때는 전혀 아깝지 않으면서, 정작 재무 관리 관련 책 한 권 값에는 손이 떨리는 모순이 바로 이 개념입.. 2026. 6. 15. 이전 1 ··· 4 5 6 7 8 9 10 ··· 12 다음